너도바람꽃 꽃밭으로 한 가족이 야유회를 나왔다 맥주며... 음식이며... 커다란 가방에 한가득... 너도바람꽃 구경왔구나... 한 가족이...
지난 사진을 보니 이놈은 이렇게 했으면... 저놈은 저렇게 했으면... 하는 후회가 비내린 후의 너도바람꽃으로 인도한다
이르다 이르다... 지나가는 곳의 매화방울이 곳 터질듯 해야 핀다고 그렇게 알고 있는데... 발길은 어느새 매화밭을 지나고 있다
철철 흘러넘치던 곳에 물이 없다 바람꽃 피워냈던 계곡물은 아랫마을 아부지들이 논 물 채워야 하는데 철없는 꽃구경꾼의 발길만 마른 계곡에 가득하다
행여나 내 발길에 행여나 마른 풀잎 뒤에 숨어있다 내 몸뚱아리에 행여나 내 탐욕스런 눈동자에 꽃잎이 상한다 봄이 상한다
고로쇠 물 냄새를 맡으면 고개를 내미는 녀석이다 겨우내 목말랐던 몸뚱아리에 달달한 고로쇠 물 한바가지를 뒤집어 쓰고 이제는 봄이다고 마른 계곡에 소리를 내지른다
그래도 괜찮다고... 이만하면 되었다고... 그 많은 사람들의 꽃을 쫒는 눈길에 밟히고 짓눌려도 이만하면 되었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붉은 속살을 겨울 해풍에 말리고 말려 순백의 꽃잎이라고 항변한다 누가 바람꽃의 속살을 물어나 봤을까나?
바람꽃의 속살도 원래 돌산 어드메쯤의 아픔이 뭍어 있는 붉은 색이었다